시간이 걸리더라도 확실히 실력을 다지고 요령만 좇지는 않겠다는 다짐은 앞으로 자신의 큰 자산이 될 겁니다.
여러분은 어떤 공부를 하고 있습니까? 과목별로 다른 ‘공부법’을 물어보는 게 아닙니다. 여러분이 공부에 임하는 자세와 태도, 목표와 가치관을 얘기하는 겁니다. 이런 질문을 하는 것은 고등학교 때보다 ‘요령’이 잘 통하는 대학 공부를 하면서 나 자신이 점점 제대로 된 실력은 쌓이지 않고 요령만 좇는 사람이 돼가고 있다는 걸 실감하는 일이 있었기 때문입니다.
대학에선 하나하나 외우고 공부하지 않아도 때로는 감으로, 또 운으로 좋은 성과를 낼 때가 많습니다. 그래서 대학생이 되기 전까지 정말 ‘요령 없다’는 말을 많이 듣고 미련하게 공부하던 저도 서서히 제대로 공부하는 것의 중요성을 잊고 있었습니다. 하지만 진로를 정하고 그에 맞게 실질적 준비를 하면서 요령에 익숙해진 제 자신을 크게 느끼게 된 거죠.
고등학교 때 요령 없이 우직하게 공부하고 그렇게 쌓인 실력은 저의 자부심이기도 했습니다. 이런 습관은 첫 대학생활까지 꽤 단단하게 저를 뒷받침해주었죠. 지금도 고등학생 때 쌓인 습관이나 방식이 좋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. 이런 제가 요령에 물들었다는 것을 느꼈을 때 얼마나 씁쓸했는지 모릅니다. 요령의 달콤함과 위험성이 이렇게 큰지도 몰랐습니다. 그래서 고등학생들에게 한 번쯤 일러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 거죠.
고등학교 시절까지는 진득하게 꾸준히 공부하면서 아주 약간의 요령만 있어도 도움이 되는 시기입니다. 제대로 공부하는 방법이 입시제도에 맞아야 한다고 여기고, 그런 생각을 지키고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분이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죠. 그와 같은 보호의 결과, 중·고등학생 여러분에게는 비교적 요령보다도 ‘진짜 공부’의 가치가 매우 높게 책정돼 있습니다. 실제로도 ‘진짜 공부’가 좋은 결과를 내는 경우가 많다고 생각합니다. 이 시기에 요령만을 좇는 것은 과정에서나 결과에서나 좋지 않기 때문에 여러분도 ‘진짜 공부’에 더 매진하고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. 글의 서두에서 그런 질문을 한 것은 ‘정말 그러한가’를 고민해보라는 뜻입니다. 나도 ‘진짜 공부’를 하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보기 바랍니다.
시간이 걸리더라도 확실히 실력을 다지고 요령만 좇지는 않겠다는 다짐은 앞으로 자신의 큰 자산이 될 겁니다. 수능이라는 단기적 목표 너머의 ‘공부’를 생각해보세요. 그리고 ‘가짜 공부’와 ‘진짜 공부’에 어떤 차이가 있을지 스스로 고민하고 마음을 다잡아보면 앞으로 공부와 관련된 어떤 목표든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.
[원본 출처]
https://sgsg.hankyung.com/article/2023111742701
한국경제신문 생글생글 825호, 2023.11.20